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안부 / 최승자

다연바람숲 2012. 8. 16. 16:04

 

 

 

 

                  

 

               

    안부/최승자



나더러 안녕하냐고요?

그러엄, 안녕하죠.
내 하루의 밥상은
언젠가 당신이 했던 말 한마디로 진수성찬이 되고요,
내 한 해의 의상은
당신이 보내주는 한 번의 미소로 충분하고요,
전 지금 부엌에서 당근을 씻고 있거든요.
세계의 모든 당근들에 대해
시를 쓸까 말까 생각하는 중이에요.
우연이 가장 훌륭한 선택이 될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다시 한번 물어주시겠어요,
나더러 안녕하냐고?

그러엄, 안녕하죠.

똑딱똑딱 일사분란하게
세계의 모든 시계들이 함께 가고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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