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삼월 / 이병률

다연바람숲 2011. 3. 18. 22:40

 

 

 

 

삼월 / 이병률

 

 

 

 

따뜻하다,고 해야 할 말을
따갑다,라고 말하는 사람과
한계령을 넘었지요


높다,고 하는 말을
넙다,라고 말하는 사람과
한계령에 있었지요


깊이 목을 찔린 사람처럼
언제 한번 허물없이 그의 말에 깊이 찔릴 수 있을까
생각했지요


첫눈이 나무의 아래를 덮고
그 눈 위로 나무의 잎들이 내려앉고
다시 그 위로 흰 눈이 덮여
그 위로 하얀 새의 발자국이 돋고


덮이면서도 지우지 않으려 애쓰는
말이며 손등이며 흉터


밖에는 또다시 눈이 오는데
당신은 그것도 모르고 잠들어 있었지요


밖에는 천국이 지나가며 말을 거는데
당신은 그것도 모르고
눈 속에 파묻히는 줄도 모르고


당신이 모르는 것은 하나가 아니었지요

 

 

 

시집 <찬란> 2010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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