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함정 속의 함정 / 김상미

다연바람숲 2011. 2. 13. 19:34

 

 

 

함정 속의 함정 / 김상미

 

갑자기 유년의 뜨락이 그리워져 앨범을 뒤지는 건 함정입니다.  

지나간 시간에 새 옷을 입혀 함께 외출하는 것도 함정입니다.  

책꽂이에 꽂힌 당신의 시집을 빼내 읽지도 않고 다시 꽂는 도 함정입니다.  

루이 암스트롱의 목소리에 마음이 울컥해져 창문을 활짝 여는 것도 함정입니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실망했다고 말할 때마다 먹은 나이를 게워 내는 것도 함정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너무나 잘 읽으면서도 모르는 척 침묵하는 것도 함정입니다.  

들어줄 귀가 없고, 보아줄 눈이 없고, 품어줄 가슴이 없다면 무도 사귀지 마십시오.

외로움 때문에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함정입니다.  

아무리 친한 사람도 당신의 정신적 고통은 결코 함께하지 않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슬픔만을 조금 나눠 가질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보다 더 많은 걸 요구하는 건 함정입니다.  

당신의 마음에 꽃이 피고 꽃이 지는 것도 함정입니다.  

함정인 줄 알면서 그곳에 아낌없이 뇌를 빠뜨리는 것도 함정입니다.  

함정들로 가득 찬 당신 머리 속 서재에 앉아 좌절한 펜으로

사랑과 미움, 파멸의 서(書) 또한 함정입니다.

     

그렇게 당신과 나, 우리 모두는 그 꽃잎 위에 앉아 있습니다.

함정 속의 함정! 그 외 달리 무엇을 꽃다운 인생이라 부르겠습니까?

천변지이(天變地異)가 모두 그 꽃잎 하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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