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 김선우 모든 존재는 인연 따라 존재하는 거니까. 실체가 없어. 공空하지.공한 상태로 우리는 저마다 존재하다가 네가 나를 점찍고, 음... 그러니까, 네가 나를 원하고서 나는 너의 모패드가 되기 시작한 거야. 필요한 나사가 조여지고 바퀴가 붙고 안장이 조립되고....... 인연이 모여서 나를 만드.. 창너머 풍경/독서 - 빌리는 말 2011.08.01
입설단비(立雪斷臂) / 김선우 입설단비(立雪斷臂) 김선우 2조(二祖) 혜가는 눈 속에서 자기 팔뚝을 잘라 바치며 달마에게 도(道) 공부 하기를 청했다는데 나는 무슨 그리 독한 비원도 이미 없고 단지 조금 고적한 아침의 그림자를 원할 뿐 아름다운 것의 슬픔을 아는 사람을 만나 밤 깊도록 겨울 숲 작은 움막에서 생나뭇가지 찢어지..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5.12.20
목포항 / 김선우 <네이버 포토>김광석 목포항 / 김선우 돌아가야 할 때가 있다 막배 떠난 항구의 스산함 때문이 아니라 대기실에 쪼그려앉은 노파의 복숭아 때문에 짓무르고 다친 것들이 안쓰러워 애써 빛깔 좋은 과육을 고르다가 내 몸속의 상처 덧날 때가 있다 먼 곳을 돌아온 열매여, 보이는 상처만 상처가 아니..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5.12.17
엄마의 뼈와 찹쌀 석 되 / 김선우 엄마의 뼈와 찹쌀 석 되 / 김선우 저 여자는 죽었다 죽은 여자의 얼굴에 生生히 살아 있는 검버섯 죽은 여자는 흰꽃무당버섯의 훌륭한 정원이 된다 죽은 여자, 딱딱하게 닫혀 있던 음부와 젖가슴이 활짝 열리며 희고 고운 가루가 흰나비 분처럼 바람을 타고 날아간다 반짝거리는 알들 내 죽은 담에는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5.12.15
산청 여인숙 / 김선우 산청 여인숙 / 김선우 여행 마지막날 나는 무료하게 누워 흰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래된 여관이 으레 그렇듯 사랑해, 내일 떠나 따위의 낙서가 눈에 띄었다 벽과 벽이 끝나고 만나는 모서리에 빛바랜 자줏빛 얼룩, 기묘한 흥분을 느끼며 얼룩을 바라보았다 두 세계의 끝이며 시작인, 모서리를 통해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5.12.14
雲柱에 눕다 / 김선우 雲柱에 눕다 / 김선우 가시연꽃을 찾아 단 한번도 가시연꽃 피운 적 없는 운주사에 가네 참혹한 얼굴로 나를 맞는 불두, 오늘 나는 스물아홉살. 이십사만칠천여 시간이 나를 통과해갔지만 나의 시간은 늙은 별에 닿지 못하고 내 마음은 무르팍을 향해 종종 사기를 치네 엎어져도 무르팍이 깨지지 않는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5.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