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엄마의 뼈와 찹쌀 석 되 / 김선우

다연바람숲 2005. 12. 15. 19:35

 

 

 

엄마의 뼈와 찹쌀 석 되 / 김선우



저 여자는 죽었다
죽은 여자의 얼굴에 生生히 살아 있는 검버섯
죽은 여자는 흰꽃무당버섯의 훌륭한 정원이 된다

죽은 여자, 딱딱하게 닫혀 있던
음부와 젖가슴이 활짝 열리며
희고 고운 가루가 흰나비 분처럼
바람을 타고 날아간다 반짝거리는 알들

내 죽은 담에는 늬들 선산에 묻히지 않을란다
깨끗이 화장해서 찹쌀 석 되 곱게 빻아
뼛가루에 섞어달라시는 엄마 바람 좋은 날
시루봉 너럭바위 위에 흩뿌려달라시는

들짐승 날짐승들 꺼려할지 몰라
찹쌀가루 섞어주면 그네들 적당히 잡순 후에
나머진 바람에 실려 천.지.사.방.훨.훨
가볍게 날으고 싶다는
찹쌀 석 되라니! 도대체 언제부터
엄마는 이 괴상한 소망을 품게 된 걸까

저 여자, 흰꽃무당버섯의 정원이 되어가는
버석거리는 몸을 뒤척여
가벼운 흰 알들을 낳고 있는 엄마는
아기 하나 낳을 때마다 서 말 피를 쏟는다는
세상의 모든 엄마들처럼
수의 한 벌과 찹쌀 석 되
벽장 속에 모셔놓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기다려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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