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뜨거운 재 / 최문자

다연바람숲 2006. 5. 20. 18:51


 

 

 

뜨거운 재 / 최문자

 

 

훨씬 독한 사랑이었더라면

재 속에 손을 넣고

더듬더듬 서로의 숯을 만지며

다시 한 번 살을 데이려 들지 않았겠지

불길이 타오를 때

이미 눈 부릅뜨고 보아야 했어.

서로를 허물며 타다가

혼자 먼저 탁 꺼질 수 있는 불씨를

훨씬 더 독한 사랑이었더라면

우리는 말 대신 연거푸 재채기를 해댔겠지.

자고 나도 여전히 목구멍에 그렁그렁한 발설 못한

말들의 가래 삼키며

마주 바라보고 피 섞인 기침을 해대다

마침내는 자지러졌겠지.

오오, 좀더 독한 사랑이었더라면

이렇게 죽었던 얼굴을 일상의 일로 가리고

핏자국난 시간을 박박 더 할퀴면서

인적 없는 골목에선 몸 뒤틀며 울음을 참다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서로가 그리운 것들을 윽박지르며

흙물 가라앉듯 이렇게 멀쩡하진 못했겠지.

훨씬 더 독한 사랑이었더라면

우리는 없어진 듯 벌써 재가 됐겠지

더 이상 손을 넣어

서로의 숯 만져볼 수도 없는 재.

타오르는 재.

아직도 더듬더듬 연기가 피어오르는

오오, 영영 식을 수 없는 재가 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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