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다연바람숲 2017. 12. 6. 18:38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워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창너머 풍경 > 열정 - 끌리는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몸살 / 이병률  (0) 2018.01.17
이별의 원심력 / 이병률   (0) 2017.12.11
사랑할 때와 죽을 때 / 황학주  (0) 2017.11.27
3단 / 박노해  (0) 2017.11.03
백년 동안의 가을 / 박정대  (0) 2017.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