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쪽으로 한 뼘 더 / 이은규
흰 옷을 입고 걸어갔다, 고집스럽게
누군가 고집은 표백된 슬픔이라고 말했다 하자
우리라는 이름으로 도착한 세상, 꿈결도 아닌데 왜 양을 세며 걸어갔나 몽글몽글 구름옷을 입은 양떼들이 참 많이도 오고 갔다 포기 없을 다정이여 오라, 병이여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양 한 마리에 사랑을 양 두 마리에 재앙을 양 세 마리에 안녕을
세상의 푸른 풀포기에 맺힌 이슬방울만큼 떠오르는 생각들 얼굴들 약속처럼 추억이 방울방울 피어오르다 이미 추억이 될 수 없는 이름들과 오고 있는 무엇, 무엇들아
날씨보다 한 발 먼저 도착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시간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않기로 하자
오늘의 세상 한쪽에선 비가 내리는데 한쪽에선 흐린 하늘이 펼쳐져 있다면 또 다른 한 쪽에선 맑음이라면, 믿을 수 있을 수 있나 믿지 않을 수 있나 우연이라는 운명을
문득 비오는 날과 흐린 날과 맑은 날 중에 어떤 걸 제일 좋아해
비오는 날과 흐린 날과 맑은 날 중에 어떤 걸 제일 좋아해, 묻는 목소리를 가장 좋아해
표백된 슬픔을 고집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하자
고집스럽게, 흰 옷을 입고 힘주어 발을 내딛는
'창너머 풍경 > 열정 - 끌리는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막 / 도종환 (0) | 2017.05.30 |
---|---|
기억의 집 / 최승자 (0) | 2017.05.20 |
당신이라는 제국 / 이병률 (0) | 2017.04.21 |
봄날은 간다 / 김용택 (0) | 2017.04.13 |
봄날은 간다 / 기형도 (0) | 2017.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