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세상 쪽으로 한 뼘 더 / 이은규

다연바람숲 2017. 5. 11. 18:55

 

 

 

 

세상 쪽으로 한 뼘 더 / 이은규

 

 

 

흰 옷을 입고 걸어갔다, 고집스럽게

누군가 고집은 표백된 슬픔이라고 말했다 하자

 

우리라는 이름으로 도착한 세상, 꿈결도 아닌데 왜 양을 세며 걸어갔나 몽글몽글 구름옷을 입은 양떼들이 참 많이도 오고 갔다 포기 없을 다정이여 오라, 병이여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양 한 마리에 사랑을 양 두 마리에 재앙을 양 세 마리에 안녕을

 

세상의 푸른 풀포기에 맺힌 이슬방울만큼 떠오르는 생각들 얼굴들 약속처럼 추억이 방울방울 피어오르다 이미 추억이 될 수 없는 이름들과 오고 있는 무엇, 무엇들아

 

날씨보다 한 발 먼저 도착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시간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않기로 하자

 

오늘의 세상 한쪽에선 비가 내리는데 한쪽에선 흐린 하늘이 펼쳐져 있다면 또 다른 한 쪽에선 맑음이라면, 믿을 수 있을 수 있나 믿지 않을 수 있나 우연이라는 운명을

 

문득 비오는 날과 흐린 날과 맑은 날 중에 어떤 걸 제일 좋아해

 

비오는 날과 흐린 날과 맑은 날 중에 어떤 걸 제일 좋아해, 묻는 목소리를 가장 좋아해

 

표백된 슬픔을 고집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하자

고집스럽게, 흰 옷을 입고 힘주어 발을 내딛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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