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조(候鳥) / 김남조
당신을 누구라고 말하리
나를 누구라고 당신은 말하리
마주 불러볼 정다운 이름도 없이
잠시 만난 우리
오랜 이별 앞에 섰다
갓 추수를 해들인
허허로운 밭이랑에
노을을 등진 긴 그림자 모양
외로이 당신을 생각해 온
이 한 철
삶의 백 가지 간난을 견딘다 해도
못내 이것만은 두려워했음이라
눈 멀 듯 보고지운 마음
신의 보태심 없는 그리움의 벌이여
이 타는 듯한 갈망
당신을 나의 누구라고 말하리
나를 누구라고 당신은 말하리
우리
다 같이 늙어진 어느 훗날에
그 전날 잠시 창문에서 울던
어여쁘디 어여쁜
후조라고나 할까
옛날 그 옛날에
이러한 사람이 있었더니라
애뜯는 한 마음이 있었더니라
이렇게 죄 없는
얘기거리라도 될까
우리들 이제
오랜 이별 앞에 섰다
'창너머 풍경 > 열정 - 끌리는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미다 / 이병률 (0) | 2013.01.21 |
---|---|
단 두 줄 / 천양희 (0) | 2013.01.09 |
네 영혼의 중앙역 / 박정대 (0) | 2012.12.14 |
사랑을 놓치다 / 윤제림 (0) | 2012.11.24 |
단풍잎들 / 송재학 (0) | 2012.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