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응용 - How?

우리그릇 려, 박은숙 관장의 예술을 느끼는 집

다연바람숲 2011. 4. 22. 21:02

가장 손쉽게 누릴 수 있는 예술이 ‘도자기’라고 말하는 박은숙 관장. 아트 디렉터는 ‘환상을 파는 사람’이라 말하는 그녀의 집에선 상상 속 작품들이 현실이 된다.


 빨간 테이블보가 깔린 식탁 위엔 홍경택의 작품이 걸려 있다.



 

 주방 옆 방에 마련된 작은 거실. 강지만 작가의 위트 있고 원색적인 그림 덕에 공간이 활기차 보인다.



 

 거실에 앉은 박은숙 관장. 뒤에 걸린 작품은 왼쪽부터 울프 칸의 ‘Cornfield below a rise’, ‘Acacia’. 닭 그림은 사석원, 오른쪽 유리벽의 작품은 영국 출신 패트릭 휴즈의 작품이다.



 

 1백30호 사이즈의 풍경화는 울프 칸의 작품. 바닥에 놓인 조각은 호주 원주민이 나무를 통째로 깎아 만든 것. 이사무 노구치의 조명과 반닫이가 작품과 이색적인 조화를 이룬다.




흙냄새 맡으며 예술을 느끼는 집

갤러리스트의 집이니 어느 정도 작품이 있으리란 예상은 했지만, 이토록 많은 그림이 걸린 집은 처음이었다. 거실로 들어서자 그녀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도자기와 추상화가 동시에 눈에 들어왔다. 생활 도자기를 판매하는 우리그릇 려와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얼 갤러리를 운영하는 그녀의 삶은 예술과 맞닿아 있다.

“14년 전 결혼 당시 마당이 보이는 집을 찾다가 언니가 살던 빌라 1층에 이사를 왔어요. 도심 속 정원에서 흙냄새 맡으면서 사는 데 만족하지만 오래된 집이라 불편한 점도 꽤 있어요. 하지만 제가 익숙한 걸 잘 못 바꾸는 편이에요. 집에 걸린 그림 역시 팔까, 바꿀까란 생각은 해봤지만 행동엔 못 옮겼죠. 오히려 그림 자체가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며 위안을 얻어요.”

거실 곳곳에 걸린 추상화는 박 관장이 가장 좋아하는 울프 칸의 작품으로, 열세 살인 그녀의 아들도 좋아하는 그림이다. “어릴 때 달력에 나온 울프 칸의 그림을 보고 매료됐어요. 2007년 얼 갤러리 전시 후 집에 걸어뒀는데, 가끔 전시가 있어 그림을 빼면 아들이 시무룩해하며 ‘울프 칸 그림을 봐야 마음이 편안하다’고 말해 놀랐어요. 90세를 바라보는 울프 칸은 순수한 예술적 감성의 소유자로 추상과 구상이 혼재된 색깔의 마술사라 불리죠. 또 마크 로스코, 존 미첼, 잭슨 폴락, 한스 호프만과 함께 미국 추상 표현주의의 거장이에요. 그의 인품대로 따스한 감성이 묻어나는 작품은 공간을 화사하게 밝혀줍니다.”

곳곳에 닭 그림이 있는 이유를 묻자 그녀는 늦잠 자기 좋아하는 남편과 아들을 깨우기 위해 자명종 시계 대신 닭 그림을 걸어둔다는 재미난 논리를 펼치기도 했다. 그림 이외에도 집 안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가구나 조각 역시 작품의 일환이다. 거실에 소파 테이블로 사용 중인 대리석은 본래 세워져 있던 조각상을 눕혀 테이블로 사용 중이다. 소파 바로 아래엔 박달나무로 만든 발받침을 놓아 문지르기도 하고, 아프리카 앤티크 의자 등을 함께 두었다.

“미술에서 말하는 ‘미’는 ‘아름다울 미(美)’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름다움의 기준은 다양한데, 그것을 작가의 생각을 통해 여과된 자신만의 철학과 함께 시각적 메시지로 표현하는 것이 예술이에요. 즉 자기 기준의 아름다운 작품을 발견하는 것보다 작가의 표현을 이해하고, 많은 작품을 접해보고 눈에 익숙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그렇지 않다면 미술 시장은 지금까지 이룩한 진화는 없고 꽃 그림 일색인 거대한 쇼핑몰이 되었겠죠.”


 이 집엔 2개의 큰 테이블이 있고, 항상 그릇들이 세팅된다. 접시를 뒤집으면 표정이 드러나는 이천수 작가의 그릇은 런던 위지 레스토랑의 벽면을 꾸밀 때 사용됐다.



 

 거실 테이블 앞에 놓인 그릇은 우리그릇 려 제품, 테이블은 빈티지 제품.



 

 아메리칸 포크아트 갤러리에서 구입한 앵무새, 오리 오브제. 빈약한 재료인 함석을 솜씨 있게 두드려 만든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벽면에 세워두었던 조각상을 눕혀 거실 테이블로 사용 중이다. 앞에 놓인 스툴은 아프리카 부족이 사용하던 의자라고 한다. 소파 앞에 놓인 박달나무 받침은 앉아 있을 때 발을 편안하게  해준다.






기획_배효정 사진_박찬우
레몬트리 2011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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