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금 / 장석주
손금이란 참 이상한 종류의 선물,
나는 국수를 먹고 커피를 마셨네.
망각 따위는 하나도 두렵지 않네.
월요일은 늘 다른 요일보다 더 빨리 돌아왔네.
나쁜 예감들은 언제나 맞잖아.
늦은 자는 다음에 또 늦고
실패한 자는 또 실패하네.
당신이 거머쥔 惡이 평범해서 놀랐을 뿐.
악은 진부한 상상력이 없는 것일 뿐.
교양을 만드는 건 읽지 않은 책들이야.
누군가 고향을 떠나면서 고향을 발명하듯이.
누군가는 마루가 깔린 거실을 좋아했네.
누군가는 정의를 부르짖는 자를 믿지 않았네.
방구석에 있는 자들이 먼 나라를 동경하고,
사납게 짖는 개는 제 안에 두려움이 많은 거야.
나와 똑같은 패를 쥐고 있는 당신,
자, 손을 내밀어 봐, 당신의 패를 봐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