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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금 / 장석주

다연바람숲 2017. 6. 19. 13:54

 

 

 

 

손금 / 장석주

 

 

손금이란 참 이상한 종류의 선물,

나는 국수를 먹고 커피를 마셨네.

망각 따위는 하나도 두렵지 않네.

월요일은 늘 다른 요일보다 더 빨리 돌아왔네.

나쁜 예감들은 언제나 맞잖아.

늦은 자는 다음에 또 늦고

실패한 자는 또 실패하네.

당신이 거머쥔 惡이 평범해서 놀랐을 뿐.

악은 진부한 상상력이 없는 것일 뿐.

교양을 만드는 건 읽지 않은 책들이야.

누군가 고향을 떠나면서 고향을 발명하듯이.

누군가는 마루가 깔린 거실을 좋아했네.

누군가는 정의를 부르짖는 자를 믿지 않았네.

방구석에 있는 자들이 먼 나라를 동경하고,

사납게 짖는 개는 제 안에 두려움이 많은 거야.

나와 똑같은 패를 쥐고 있는 당신,

자, 손을 내밀어 봐, 당신의 패를 봐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