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실버들 그 한잎 / 김용택

다연바람숲 2017. 2. 24. 17:29

 

실버들 그 한잎 / 김용택

 

바람 속을 뒤적이느라

손등이 까맣게 탔네요.

봄이 얼마나 더딘지,

또 얼마나 순식간인지,

거기 서 있지 말아요.

사랑은 다니던 길로

오지 않는답니다.

생각은 이따가 하고

살며시 눈을 떠 날 봐요.

오! 밤처럼 두렵고 깊은 눈,

고개 숙인 수줍음이

사랑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

사랑은 늘 한잎 목마른

수면과 수심이 반반

바람이 지나는 그 사이이지요.

사랑의 반을 넘어설 때

끝은 타고 속은 젖을 때

살랑살랑

애태워 한잎 더 늘었지요.

잎은 생각보다 먼저 피지만

생각은 잎을 잡지 못한답니다.

달콤하게 깍지 낀 손을 놓고

갔다가 영영 못 올지도 모르는

목마른 물가로 밀려온 잔주름 같은

실버들 그 한잎.

 

   - 시집 「울고 들어온 너에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