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연바람숲 2005. 12. 23. 11:59

 

 

 

 

                      오렌지 

 

 

 김상미

 

 

 

 시든, 시드는 오렌지를 먹는다


 코끝을 찡 울리는 시든, 시드는 향기


 그러나 두려워 마라


 시든, 시드는 모든 것들이여


 시들면서 내뿜는 마지막 사랑이여


 켰던 불 끄고 가려는 안간힘이여


 삶이란 언제나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때에도


 남아 있는 법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나는 내 사랑의 이빨로


 네 속에 남은 한 줌의 삶


 흔쾌히 베어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