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순수 - 비우는말
마치 이별이 방금 지나가는 겨울처럼 뒤에 있듯이
다연바람숲
2017. 2. 14. 13:37
이별을 앞서 가라, 마치 이별이
방금 지나가는 겨울처럼 그대의 뒤에 있듯이.
겨울들 가운데 하나는 그렇게 끝없는 겨울 되어
그 겨울 견뎌내며 그대의 마음이 완전히 극복되도록.
유리디케와 더불어 영원히 죽어라ㅡ, 노래부르며 솟아올라라.
더욱 찬양하며 그 순수한 관계 안으로 되돌아 솟아라.
여기, 사라져가는 것들과 더불어, 존재하라, 기울기의 영역 속에.
울리는 유리가 되어라, 울림 속에 이미 깨어져버린.
존재하라ㅡ그리고 동시에 비존재의 조건을 알아라,
그대 내면의 진동의 그 무한한 근거를,
그리하여 그대는 이 단 한 번에 그것을 완수하리니.
다 써버려 무디고 잠잠해진
가득한 자연의 나머지, 그 말할 수 업는 총계(總計)에
환호하면서 그대를 더하고 숫자일랑 없애버려라.
- 릴케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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