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연바람숲 2016. 7. 22. 12:17

 

팔월 / 이병률

 

 

햇살은 그런대로 칠월의 사고들을 비추고 있습니다

 

날개 없는 새가 그리 날아갈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동안

칠월은 가난했습니다

더군다나 한 번도 무언가에 쓸려갈 거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 생은 도처에 나를 너무 낳았습니다

어쩌면 나를 버릴 때도 올 것 같아서였습니다

 

차도 위 사람이 쓰러져 누운 형태로

그어진 흰 선 모양은

칠월이 지나는 길에 누워 있는 나입니다

언젠가 한번은 수박 더미가 깨져 뒹굴던 그 자리임이 분명합니다

 

그렇게 힘이 든다면 안녕,

햇살은 일부분을 지우는 나를 주의 깊게 비추고 있습니다

 

흰 줄 아래

날개를 퍼득이며 나는 뒤틀리고 있습니다

없어지고 있습니다

 

강이 보일 때까지 달리자던 약속은 끊고

안녕,

칠월은 가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