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모진 년 / 강미정
다연바람숲
2016. 6. 30. 19:14
모진 년 / 강미정
고년 참 독하기도 하지
벽에 실금 간다고 옆집과 대판 싸운 뒤
꽃이 막 피고 있을 때 베어진 대추나무
그루터기에서부터 아스팔트길까지
울룩불룩 땅이 솟아 있다
얼마나 지독하게 꽃피우고 싶었으면
얼마나 뜨겁게 제 몸속으로 꽃을 쓸어안았으면
저렇게 단단한 아스팔트길을 구부리며 갔을까
잘린 몸 비틀며 뿌리를 뻗었을까
싸울 때 더 세차게 젖을 빨던 아이처럼
사는 일이 무서움일 때
주위는 얼마나 어둡고 단단하던지
얼마나 무섭고 고집이 세던지
울며 나무를 베어 본 사람이나
울며 뿌리로 옆집 담을 허물었던 대추나무나
다 기댈 곳 없는 제 마음 하나로
사나운 세상을 뚫고 가는 방법일 테지
불안한 삶이 꽃을 먼저 피우고
뿌리를 더 깊게 박는 법
절망이, 두려움이 삶을 끌고 갈 때가 있다
독하게 살아남을 때가 있다
* 이미지는 네이버에서 빌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