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필요한 것들 / 심보선

다연바람숲 2011. 2. 28. 19:39

 

 

 

 

 

필요한 것들 / 심보선

  

 

 

  나에게는 6일이 필요하다

  안식일을 제외한 나머지 나날이 필요하다

  물론 너의 손이 필요하다

  너의 손바닥은 신비의 작은 놀이터이니까

  미래의 조각난 부분을 채워 넣을

  머나먼 거리가 필요하다

  네가 하나의 점이 됐을 때 비로소

  우리는 단 한 발짝 떨어진 셈이니까

  수수께끼로 남은 과거가 필요하다

  만약 그래야만 한다면

  모든 것이 이해되는

  단 한순간이 필요하다

  그 한순간 드넓은 허무와 접한

  생각의 기나긴 연안이 필요하다

  말들은 우리에게서 달아났다

  입맞춤에는 깊은 침묵을

  웅덩이에는 짙은 어둠을

  남겨둔 채

  더 이상 말벗이기를 그친 우리……

  간혹 오후는 호우를 뿌렸다

  어느 것은 젖었고 어느 것은 죽었고

  어느 것은 살았다

  그 어느 것도 아니었던 우리……

  항상 나중에 오는 발걸음들이 필요하다

  오직 나중에 오는 발걸음만이 필요하다

  바로 그것, 그것이, 아닌,

  아무것도 아닌, 아무것인,

  모든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