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내가 아주 잘 아는 이야기 3 / 여태천
다연바람숲
2011. 1. 28. 00:30
내가 아주 잘 아는 이야기 3 / 여태천
우르르 속눈썹까지 슬픔이 몰려올 때
마음은 이미
소리의 식민지
슬픔은 어떤 물에도 녹지 않는 오래된 환약 같은 것
하루 종일 먹지 않고도
배가 고프지 않았으면
그러고도 또 하루를 견뎌내는 일
나는 그냥 귀가 없으면 합니다.
남해 어느 가난한 섬에서 들었던
날카롭게 파란 물소리
눈가에 그 희미한 떨림이 아직 남아 있어서
그것뿐이어도
다만 그것뿐이어도
다리가 점점 말라 홀로 서 있을 수 없을 때까지
슬픔을 가지는 건
옳지 않은 일입니다.
나는 갑자기 빈칸이고
다음 페이지가 없는 책이고
연고도 없는 섬이고
그래서는 안 되는
날벼락이고
어떻게 지내니?
나는 정말 귀가 없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