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바람 그리고 비
다연바람숲
2010. 11. 11. 21:32
바람이 불었다.
나뭇잎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빗방울이 낙엽처럼 흩어졌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고요.
비에 젖은 낙엽들이 전쟁의 잔해처럼 널려있다.
어떤 사람들의 사랑은 전쟁같고
그 전쟁은 여기저기 파편을 남기고
찢고 찢긴 상처만 남기고
그리고 다시 고요.
기복이 심한 오늘의 날씨처럼
울다가 웃다가 성내다가 미워하다가
가엾다가 화내다가 동정하다가 또 다시 고요해지는
저 어찌하지 못하는 감정의 기복들을 무어라 불러주나.
예정된 끝을 바라보면서도 쉽게 손을 놓지못하는
저 안타까운 사람들을 어떤 말로 위로해주나
돌풍이 불었다.
비가 내렸다.
나무들이 오래 울었다.
눈물처럼 나뭇잎들 뚝뚝 떨어지고
젖은 낙엽들을 밟으며 연인들이 걸어간다.
비바람이 지나간 흔적만 남기고
밤은 거짓말처럼 깊어간다.
고요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