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家具의 꿈 / 조덕자 이숙자 가구家具의 꿈 / 조덕자 불을 끄면 방안의 나무들이 숨을 쉰다. 뚝,뚝, 하루의 노곤함을 내 뱉으며 숲에서 태어난 나이테들이 숨을 쉬고 있다. 사람의 지붕 밑에서도 새로이 들어앉은 생명들이 무늬결에 와 박힌 채 부산하게 움직이는 것을 나는 듣고 있다. 점,점, 뚜렷하게 숲의 내음이 스며들..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5.12.14
벽과의 동침 / 최문자 벽과의 동침 / 최문자 이십 년 넘게 벽 같은 남자와 살았다. 어둡고 딱딱한 벽을 위태롭게 쾅쾅 쳐 왔다. 벽을 치면 소리 대신 피가 났다. 피가 날 적마다 벽은 멈추지 않고 더 벽이 되었다. 커튼을 쳐도 벽은 커튼 속에서도 자랐다. 깊은 밤, 책과 놀다 쓰러진 잠에서 언뜻 깨보면 나는 벽과 뒤엉켜 있었..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5.12.13
극빈 2 / 문태준 황규백, 잔디위에 극빈 2 / 문태준 - 독방 (獨房) 칠성여인숙에 들어섰을 때 문득, 돌아 돌아서 독방으로 왔다는 것을 알았다 한 칸 방에 앉아 피로처럼 피로처럼 꽃잎 지는 나를 보았다 천장과 바닥만 있는 그만한 독방에 앉아 무엇인가 한뼘 한뼘 작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흘러나가는 것을 보았다 고창..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5.12.01
시인 앨범 3 / 김상미 이수동, 詩人의 마을 시인 앨범 3 / 김상미 시를 우습게 보는 시인도 싫고, 시가 생의 전부라고 말하는 시인도 싫고, 취미(장난)삼아 시를 쓴다는 시인도 싫고, 남의 시에 대해 핏대 올리는 시인도 싫고, 발표지면에 따라 시 계급을 매기며 으쓱해하는 시인도 싫다. 남의 시를 훔쳐와 제것처럼 쓰는 시인..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5.11.30
말의 꽃 / 나희덕 이수동, 시인의 의자 말의 꽃 / 나희덕 꽃만 따먹으며 왔다 또옥, 또옥, 손으로 훑은 꽃들로 광주리를 채우고, 사흘도 못 갈 향기에 취해 여기까지 왔다 치명적으로 다치지 않고 허기도 없이 말의 꽃을 꺾었다 시든 나무들은 말한다 어떤 황홀함도, 어떤 비참함도 다시 불러올 수가 없다고 뿌리를 드러..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5.11.29
달빛가난 / 김재진 이수동, 휘영청 달빛가난 / 김재진 지붕 위에도 담 위에도 널어놓고 거둬들이지 않은 멍석 위의 빨간 고추 위로도 달빛이 쏟아져 흥건하지만 아무도 길 위에 나와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부지, 달님은 왜 산꼭대기에 올라가 있나요?' '잠이 안 와서 그런 거지.' '잠도 안 자고 그럼 우린 어디로 가요?'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5.11.29
우리는 밤새 깃털에 대해 이야기했다 / 김정란 우리는 밤새 깃털에 대해 이야기했다 / 김정란 우리는 산 위로 올라갔다. 도시의 모습을 한 눈에 보고 싶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잘 보기를 원했다. 집집마다 가을밤에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고독한 영혼과 그들의 불편한 잠자리를, 그들의 꿈과 분노를. 해가 우리 머리 위에서 하나씩 따로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5.11.26
노인네 길다방엘 가신다 / 차승호 사진- 네이버 블로그 <빛과 그림자>에서 노인네 길다방엘 가신다 / 차승호 길다방에 꿀단지라도 묻어 놓으셨나 아침 일찍 논두렁 휘휘 둘러보고 노인네 길다방엘 가신다. 길다방 마담이 이쁜지 미스 문양이 이쁜지 말본새도 신식으로바꾸고 말씀뿐인가 이력 때 아니면 입지도 않던 양복에 넥타이..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5.11.25
겨울나무 / 김혜순 겨울나무 / 김혜순 나뭇잎들 떨어진 자리마다 바람 이파리들 매달렸다 사랑해 사랑해 나무를 나무에 가두는 등 굽은 길밖에 없는 나무들이 떨어진 이파리들 아직도 매달려 있는 줄 알고 몸을 흔들어 보았다 나는 정말로 슬펐다. 내 몸이 다 흩어져 버릴 것만 같았다. 나 는 이 흩어져 버리는 몸을 감당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5.11.23
신파적 나비의 불온 / 하정임 신파적 나비의 불온 / 하정임 1.빛 청바지는 찢어서 입고 머리카락은 일곱 가지 빛깔로 불온한 시절, 개천에 썩은 물이 흐를 때 스타킹에 올을 내면 주루룩 그 연속성이 아름다워 보여줄 듯 말 듯 치마를 살짝 올리며 남자 아이를 유혹할 때도 나는, 당신 새하얀 셔츠의 날카로움이나 눈빛의 깊이나 그 .. 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2005.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