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무늬들은 빈집에서 / 이진명

다연바람숲 2006. 3. 21. 10:30



 

무늬들은 빈집에서 / 이진명

 

 

언덕에서 한 빈집을 내려다보았다
빈집에는

무언가 엷디엷은 것이 사는 듯했다
무늬들이다
사람들이 제 것인 줄 모르고 버리고 간
심심한 날들의 벗은 마음
아무 쓸모없는 줄 알고 떼어놓고 간
심심한 날들의 수없이 그린 생각
무늬들은 제 스스로 엷디엷은 몸뚱이를 얻어
빈집의 문을 열고 닫는다
너무 엷디엷은 제 몸뚱이를 겹쳐
빈집을 꾸민다
때로 서로 부딪치며
빈집을 이겨낸다
언덕 아래 빈집
늦은 햇살이 단정히 모여든 그 집에는
무늬들이 매만지는 세상 이미 오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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