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청주 다연, 2 월의 인사

다연바람숲 2018. 2. 7. 16:27

 

 

 

 

 

 

 

            

       

                                   -이 성 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보는
 너,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

 

 

오늘도 한파라는데,

입춘 지난 다음의 한낮 햇살이 따스합니다.

 

추위에는 끔찍이 약한 사람이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갖 무장을 다하기도 하였지만

바람 끝이 아직 맵차긴 하여도 한낮 햇살 순하여서 길을 걷기 무난하였습니다.

며칠 읽고 보고 쓰고 무리다싶게 혹사한 눈이 아파 병원 다녀오는 길이 그래도 평안하였습니다.

 

이렇게 봄이 오고있는 것이겠지요.

겨울의 마지막 입김이 간밤 흰눈으로 내려도 사그락사그락 봄이 오고있는 것이겠지요.

 

이제 땅 속에서 꿈틀대고 있을 봄, 나뭇가지 속에서 꼬물대고 있을 봄,

이미 왔지만 한 눈 파느라 정신없는 봄, 긴 겨울잠에서 깨느라 비몽사몽 봄,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오는 그 봄을 기다리는 지금이 그래서 참 좋습니다.

 

곧 꽃 피는 봄날이라 하겠지요.

겨울을 잊고 꽃날만 기억하는 시간도 있곘지요.

삶의 희망같은 이름이어서 더 봄날의 기원이 애틋한 것이겠지요.

 

마지막 안간힘을 다하는 추위에게 지지마세요.

건강하게 따뜻하게 행복하게 분주하고 바쁜 2월 잘 건너가시기를 바랍니다.

 

따뜻하고 평안하고 고요하고 행복한 다연의 마음과 에너지를 담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