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독서 - 빌리는 말

편의점 인간 / 무라타 사야카

다연바람숲 2017. 7. 31. 16:24

 

 

 

 

그때 나는 비로소 세계의 부품이 될 수 있었다. 나는 '지금 내가 태어났다'고 생각했다. 세계의 정상적인 부품으로서의 내가 바로 이날 확실히 탄생한 것이다.

 

                                                                                          Page 27

 

왜 편의점이 아니면 안 되는지, 평범한 직장에 취직하면 왜 안되는지는 나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완벽한 매뉴얼이 있어서 '점원'이 될 수는 있어도, 매뉴얼 밖에서는 어떻게 하면 보통 인간이 될 수 있는지, 여전히 모르는 채였다.

 

                                                                                          Page 29

 

지금의 '나'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거의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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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렇게 서로 전염하면서 인간임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Page 35~36

 

 

"하지만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면, 나를 이상하지 않게 생각하던 사람이 꼬치꼬치 캐묻잖아? 그런 귀찮은 상황을 피하려면 그럴듯한 변명이 있어야 편리해"

이상한 사람한테는 흙발로 쳐들어와 그 원인을 규명할 권리가 있다고 다들 생각한다. 나한테는 그게 민폐였고, 그 오만한 태도가 성가시게 느껴졌다.

 

                                                                                            Page 70

 

정상 세계는 대단히 강제적이라서 이물질은 조용히 삭제된다. 정통을 따르지 않는 인간은 처리된다.

 

                                                                                            Page 98

 

육체노동자는 몸이 망가지면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아무리 성실해도, 분발하여 열심히 노력해도, 몸이 나이를 먹으면 나도 이 편의점에서 쓸모없는 부품이 될지도 모른다.

 

                                                                                             Page 101

 

" 편의점에 계속 있으려면 '점원'이 될 수밖에 없어요. 그건 간단한 일이에요. 제복을 입고 매뉴얼대로 행동하면 돼요. 세상이 조몬이라면, 조몬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보통 사람이라는 거죽을 쓰고 그 매뉴얼대로 행동하면 무리에서 쫓겨나지도 않고, 방해자로 취급당하지도 않아요."

 

                                                                                             Page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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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묻는다.

 

정상인이 비정상인처럼 살아도 정상인인가?

비정상인이 정상인처럼 살아도 비정상인인가?

 

정상과 비정상의 분류와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정상인이라 자처하는 우리들은 과연 얼마나 인간적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소설은 편의점이라는 공간과 사람을 빌어 인간 세계를 비틀어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후루쿠라는 정신적 결함이 있는 여인이다.

타인의 상처나 아픔에 대하여 느낄 줄 모르며 사랑이나 분노같은 일상적인 감정을 지니지 못했다.

싸이코 패스적인 성향을 지녔지만, 편의점이라는 공간에서 비로소 세계의 부품이 되는 법을 터득한 여인이다.

비록 편의점 외의 세계에는 적응하지 못했지만 그녀에게는 세상이 편의점이고 편의점이 세계인 셈이다.

 

" 편의점에 계속 있으려면 '점원'이 될 수밖에 없어요. 그건 간단한 일이에요. 제복을 입고 매뉴얼대로 행동하면 돼요. 세상이 조몬이라면, 조몬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보통 사람이라는 거죽을 쓰고 그 매뉴얼대로 행동하면 무리에서 쫓겨나지도 않고, 방해자로 취급당하지도 않아요."

 

다수가 소수를 심판하는 사회,

다수가 정상이 되고 소수가 비정상이 되는 사회,

다수의 무리가 정한 매뉴얼 밖의 사고와 인간에 대해 한 목소리로 비난하고 비판하는 사회.

그 사회에서 이단자가 되지않으면서 살아남는 방법은 후루쿠라처럼 철저하게 매뉴얼대로의 점원이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