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감성 - 통하는문

2016 영화 인페르노 / 론 하워드 감독

다연바람숲 2016. 10. 24. 11:00

 

 

 

 

 

 

 

'인류는 자정 1분 전"

"역사의 가장 큰 죄악은 사랑이란 이름으로 행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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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기 위해 책을 먼저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검색을 통해 사진을 찾아보거나 상상할 수 밖에 없었던 배경과 건물과 예술작품들은 충분히 영화가 채워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순서가 뒤바뀐 보티첼로의 지옥의 지도, 두오모 광장의 모습, 광장에 놓인 수많은 예술 작품들과 청동의 문, 그들이 머물렀던 500인의 방, 그들이 드론을 피해 달리던 숲과 다리, 단테의 교회, 역사까지 새롭게 했던 청동말, 베네치아와 이스탄불.... 피렌체를 가 본 사람들이라면 기억만으로도 충분히 떠올릴 수 있는 풍경들이겠지만 소설 속에 묘사된 배경과 작품들이 영화 속에서 과연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 지 궁금했다, 아니 기대했다.

 

하지만 결론은 책은 책이고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라는 것.

 

며칠을 꼬박 읽어야했던 두 권의 책을 과연 두 시간 몇 분 안에 영상으로 담아낼 수 있을까... 철학적이고 섬세한 표현 속에 깃든 단테의 신곡과 피렌체를, 그 많은 건물과 예술작품들을, 대사와 영상만으로 과연 어느 정도 표현해 낼 수 있을까... 그 짧은 시간 안에 소설의 메시지를 얼마나 전달할 수 있을까.. 이전의 모든 원작과 영화의 차이를 생각할 때 어느 정도의 실망은 감수한다 치더라도.. 그럼에도 내용이 아니면 배경, 배경이 아니면 메시지, 책으로는 상상할 수 없던 그 무엇을 기대하기는 했다.

 

그러나 결과는 역시나였다.

 

책과 영화는 출발점은 같으나 도착지가 다른 별개의 작품이 되었다는 결론.

 

책과 별개로, 책과 무관하게 영화만 본다면 매우 흥미로운 영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지않았다는 전제로 영화 자체만 본다해도.. 단테의 신곡이 인류의 종말론과 어떤 맥락을 갖는 것인지, 주인공 랭던이 어떤 연유로 그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것인지, 사건의 배후가 되는 컨소시엄의 역활과 WHO 개입의 타당성들이 무자비하게 생략되어 설득력이 떨어지는 매우 불친절한 부분들을 제외한다면, 충분히 숨긴 자와 찾는 자,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긴박함과 미스테리가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못하게 하는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다. 흥미 혹은 재미의 오락적 요소가 영화의 주된 목적이라면 세계적으로 예매율, 흥행률의 상위 랭크가 지극히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책과 영화는 첫 시작 부분에서만 일치한다.

인물들의 성격과 역활 혹은 관계까지 모조리 바뀌었고,

설정 또한 바뀌어 반전은 전혀 다른 인물에게 나오고

손에 땀을 쥐게하던 결말, 책 속에서는 끝내 진행형으로 끝난 결말이 영화에서는 선의 승리,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책은 책이다

영화는 영화이다.

원작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는 영화는 없다.

그저 책을 꽉 메운 것이 단테였다면 영화를 가득 채운 것이 톰 행크스인 것처럼.

댄 브라운 소설 속의 랭던이 나이를 더디게 먹는다면, 세월은 톰 행크스의 나이를 전혀 비껴가지않은 것처럼.

 

책과 영화 중 어느 것을 먼저 볼까 고민하는 분이 계신다면 나는 주저없이 영화를 먼저 볼 것을 권한다. 책은 영화와는 전혀 다른 쟝르이며 상영이 끝날까 조급할 이유도 없고 조금 여유롭게 천천히 음미할만한 가치가 충분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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