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독서 - 빌리는 말

라플라스의 마녀 / 히가시노 게이고

다연바람숲 2016. 10. 19. 11:42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사람은 꿈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 세상은 몇몇 천재들이나 당신 같은 미친 인간들로만 움직여지는 게 아니야. 얼핏 보기에 아무 재능도 없고 가치도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야말로 중요한 구성 요소야. 인간은 원자야. 하나하나는 범용하고 무자각적으로 살아갈 뿐이라 해도 그것이 집합체가 되었을 때, 극적인 물리법칙을 실현해내는 거라고. 이 세상에 존재 의의가 없는 개체 따위는 없어, 단 한 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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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플라스의 가설 - 프랑스인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는 "만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원자의 현재 위치와 운동량을 파악해내는 지성이 존재한다면 그 존재는 물리학을 활용해 그러한 원자의 시간적 변화를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의 모든 현상을 설명하고 미래까지 완전하게 예지가 가능하다" 는 가설을 세웠다. 그런 능력을 가진 존재를 '라플라스의 악마'라고 부른다.

 

이 소설은 사고로 인해 뇌수술을 한 후 예지능력을 갖게 된 소년 '라플라스의 악마' 겐토와, 수술의 결과를 증명하고 그 능력으로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자진해서 '라플라스의 마녀'가 된 소녀 마도카의 이야기이다.

 

히가시노는 “날씨를 정확히 예측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에서 소설을 구상했다고 한다. 작가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과학적인 지식과 맞물려 한번쯤 우리가 상상하고 꿈꿨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쉽고도 흥미롭게 그려놓았다.

 

황화수소를 이용한 살인과 뇌의학, 물리학, 수리학등 난해한 과학이야기가 추리소설로 절묘하게 녹아드는 건 히가시노 게이고란 작가의 준비된 지식과 풍부한 창의력의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과학이 아무리 발달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도, 인간은 인간 자체로 존재가치가 있다는 것, 특별해서 존중받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에 존엄하다는 것, 예측할 수 있는 미래가 결코 미래의 행복을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것,

 

결국, 세상은 앞서 가는 소수의 천재들이 아니라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이끌어가고, 그 힘들이 극적인 물리법칙을 실현해낸다는 것, 미래가 어떻게 될 지 모르기때문에 사람은 꿈을 꾸고, 그 꿈을 위해 오늘을 살아간다는 것,

 

천륜과 인륜, 가족과 사랑을 모르는 천재가 아니라 특별한 재능이 없을지라도 슬픔을 극복하고 타인의 상처를 어루만질 줄 아는 따뜻한 심장의 사람들이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간다는 것.

 

어쩌면 히가시노 게이고는 작가 30년의 미스터리를 모두 담았냈다는 이 소설에서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싶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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