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소나기 지나가고

다연바람숲 2013. 8. 6. 19:05

 

빗방울의 무게를 견디지못한 백일홍 여린 가지가 몸을 굽혔습니다.

순식간에 만들어진 물웅덩이 위로 바람을 이기지못한 가로수 푸른 잎이 몸을 뉘였습니다.

길건너 버스정류장에서 오래 비를 긋던 누군가는 이제 길을 떠났고,

오랜만에 친구의 방문을 기다리던 딸아이는 비로인해 약속을 놓쳤습니다.

 

오후 4시의 캄캄했던 하늘이 밝아지다 이제 비로소 저녁으로 갑니다.

달리는 자동차들의 소리가 이제 빗방울의 기억들을 지웠습니다.

 

삶이, 또 하루가 고요해집니다.

완성된 그림 위에 툭! 잘못 쏟은 물처럼 오후를 한바탕 휘젓고 간 소나기라 생각했는데

어쩌면 묵은 먼지 위에 세차게 내려진 소나기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끈끈하고 불편했던 기억들까지 말끔히 씻기고 지워진 듯, 편안해지는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