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심야발 안부 / 이은규

다연바람숲 2013. 5. 3. 19:19

 

 

 

 

 심야발 안부 / 이은규

  

 

 

 

 

  이름 지을 수 있지만

  해결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한 밤

  마련된 안부를 적는다

 

 

  첫 문장과 두 번째 문장 사이에 구겨지는 편지

  몇 번 더 마침표를 앞에 두고 찢겨지는 문장들

  꽃들이 엉망진창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이곳엔 아직 피지도 않았는데, 가는 봄

 

 

  다정한 호명도

  거짓된 근황도

  추한 질문도

  잠시의 위로가 될 추측도

  설익은 반성도

  우격다짐일 다짐도

  다음 세상 운운할 약속도

 

  적히지 않을 편지를 쓴다, 비로소 쓴다

  모든 꽃은 봄의 암호화된 메시지

  누군가 편지는 언제나 수신인에게 도착한다고 말했지

 

 

  완성된 편지를 베개 밑에 넣어두고 잠이 든다

  붙잡을 수 있지만

  유예될 수 없는 문장들로 가득한 밤

 

 

  이번 편지도 수신인에게 잘 도착할거라는 예감

  베개 밑 심야발 안부를, 아침에서야 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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