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물소리 들려 봄인 줄 알겠습니다.

다연바람숲 2013. 3. 11. 18:44

 

반짝이는 물빛이라니요.

물 위를 미끄러지듯 반짝이는 햇살이라니요.

거기거기 텅 빈 풍경들 속으로 스며드는 햇살의 수런거림이라니요.

가난하고 가난해서 버릴 것 없는 나뭇가지들의 어린 끝이 발그레 물들어가니 또 봄인 줄 알겠습니다.

마른 풀섶 아래로, 햇빛 풍요로운 양지의 나뭇가지 위로 언뜻언뜻 초록빛들 보여 봄인 줄 알겠습니다.

산성 넘어, 한여름엔 수련이 가득 자라는 못에선 어느새 개구리 울음소리 들려 또 봄인 줄을 알겠습니다.

 

햇살이 너무 좋아 잠시 봄나들이를 나섰더랬지요.

발밑에서도 허공에서도 봄의 수런거림 고요하고도 소란스러웠지요.

하늘은 맑고도 맑아 투명한 코발트빛,

요즈음 몇며칠을 속시끄럽게하던 일들이 말끔히 개인 내 마음빛이 또한 저럴거라 생각도 했더랬지요.

 

이런저런 사람들과 인연에 맞물려 얽히고 설키고 복잡한 시간들이 있었지요.

도무지 사람 속에 스며들어 어우러져 살아갈 줄 모르는 사람과, 그런 한사람만을 바라보는 사람,

서로 비껴만가던 그 인연 이어주고, 그렇게 끼리끼리 어울리는 사람끼리 짝지어 떠나보내고나니

이제야 봄날입니다.

 

그동안 마음 고생했다 지아비가 데불고 나서준 봄날의 산책이 그래서 더 따숩고 고요하고 평안합니다.

아마도 내 마음, 이런 봄날을 그토록 꿈꾸고 기다렸던 것이겠지요.

 

봄햇살이 따스해 참 좋습니다.

봄하늘이 맑아 참 좋습니다.

봄바람이 순해서 또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