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물빛이라니요.
물 위를 미끄러지듯 반짝이는 햇살이라니요.
거기거기 텅 빈 풍경들 속으로 스며드는 햇살의 수런거림이라니요.
가난하고 가난해서 버릴 것 없는 나뭇가지들의 어린 끝이 발그레 물들어가니 또 봄인 줄 알겠습니다.
마른 풀섶 아래로, 햇빛 풍요로운 양지의 나뭇가지 위로 언뜻언뜻 초록빛들 보여 봄인 줄 알겠습니다.
산성 넘어, 한여름엔 수련이 가득 자라는 못에선 어느새 개구리 울음소리 들려 또 봄인 줄을 알겠습니다.
햇살이 너무 좋아 잠시 봄나들이를 나섰더랬지요.
발밑에서도 허공에서도 봄의 수런거림 고요하고도 소란스러웠지요.
하늘은 맑고도 맑아 투명한 코발트빛,
요즈음 몇며칠을 속시끄럽게하던 일들이 말끔히 개인 내 마음빛이 또한 저럴거라 생각도 했더랬지요.
이런저런 사람들과 인연에 맞물려 얽히고 설키고 복잡한 시간들이 있었지요.
도무지 사람 속에 스며들어 어우러져 살아갈 줄 모르는 사람과, 그런 한사람만을 바라보는 사람,
서로 비껴만가던 그 인연 이어주고, 그렇게 끼리끼리 어울리는 사람끼리 짝지어 떠나보내고나니
이제야 봄날입니다.
그동안 마음 고생했다 지아비가 데불고 나서준 봄날의 산책이 그래서 더 따숩고 고요하고 평안합니다.
아마도 내 마음, 이런 봄날을 그토록 꿈꾸고 기다렸던 것이겠지요.
봄햇살이 따스해 참 좋습니다.
봄하늘이 맑아 참 좋습니다.
봄바람이 순해서 또 참 좋습니다.
'오래된 시간 > 끌림 -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0) | 2013.07.28 |
---|---|
참 오랜만이지요? (0) | 2013.06.14 |
봄볕 고운 날의 다연 속에는 (0) | 2013.02.27 |
서천 마량포구에서의 봄날 (0) | 2013.02.27 |
우수, 다연 속의 봄날이 환합니다. (0) | 2013.0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