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동백나무는 흉터를 남기지 않는다 / 송재학

다연바람숲 2013. 2. 6. 18:55

 

 

 

 

동백나무는 흉터를 남기지 않는다 / 송재학



백련사 동백숲 근처는 인가가 보이지 않는다
이월이면 사람의 병이 옮겨 가는 동백나무에는 매듭이 없다
그 나무의 여성성은 잘려진 분지를 둥글게 감싼다
어떤 흉터라도 희고 부드러운 껍질로 감싸 버리는
동백의 잎은 범종의 공명으로 두터워졌다
번개도 그 나무의 속을 엿볼 수 없다
혹한만이 그 나무를 서서히 열어 보인다
동백이 피운 꽃이란 동백이 스스로 불켠 창의 넓이
붉은색의 극점까지 가서 꽃잎으로 흰 눈의 숨은 핏빛을 비교하는
붉은색이란 그때 떠도는 넋에 가깝다
엎드린 꼽추처럼 병을 집어삼킨 둥근 혹을 달고 동백은
다시 움츠린 몸으로 제 신열의 암자를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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