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바람에게 / 이병률

다연바람숲 2010. 11. 12. 18:43

 

 

 

바람에게 / 이병률

 

 

별에게 감히 말을 건 것을 용서해 다오

색깔을 잘못 사용한 죄를 씻어가 다오

 

말을 타고 달리는 구름이여

이 가을 하늘의 지붕이여

나를 심판해 다오

 

바람의 감정을, 혁명의 마디를 끊어다오

 

아침녘 황금빛으로 울먹이는 서리들을

모두 지워다오

나에게 있는 것들을 용서해 다오

내가 입을 옷까지도 내가 발설한 비밀까지도

다리를 건널 수 없게

붉은 열매를 먹을 수 없게 힘을 가져가 다오

부디 다시 태어나게 하거나

다시 태어나지 않게 해다오

담장을 이념을 낙서들을 끊어다오

이 몸 속의 황금을 빼내어 가다오

당신의 발자국이 찍힌 자작나무 허리들을 모두 베어다오

나와 당신이

죽도록 죽도록 가까웠던 기적들을 마침내 거둬가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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