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인간론 / 김경미

다연바람숲 2010. 10. 31. 15:16

 

 

 

 

 

 

 

 

 

인간론 / 김경미


1.


옳지 않다
나는 왜 상처만 기억하는가
가을밤 국화 줄기같이 밤비 내리는데
자꾸 인간이 서운하여 누군가를 내치려보면
내가 네게 너무 가까이 서 있다
그대들이여, 부디 나를 멀리해다오, 밤마다
그대들에게 편지를 쓴다

2.


물 주기도 겁나지 않는가
아직 연둣빛도 채 돋지 않은 잎들
동요 같은 그 잎들이 말하길
맹수가 아닌 갓 지은 밥처럼 고슬대는 산양과
가슴 한가운데가 양쪽으로 찢긴 은행잎이
고생대 이후 가장 오래 세상을 이겨왔다 한다

3.


관상(觀相)에서 제일 나쁜 건 불 위에 올려진 물 없는
주전자 형상이라지 않는가
바닥 확인하고 싶으면 가끔 울어보라 한다

 

 

 시집 <고통을 달래는 순서> 창비

 

 

*

 

 

 알프레드 뒤 뮈세가 말했던가.
"이 세상에서 나에게 남은 유일한 진실은 내가 이따금 울었다는 것이다"라고.
바이런은 "그대 우는것을 보았다"라고 한다.
"크고 빛나는 눈물"이 "그대의 푸른 눈에 솟는 것을" 보았다고.
슬픔 때문에 우는 것인가,도대체 어찌해 볼 수 없는 절망 때문에 우는 것인가.
이 얼마나 가슴 아프고, 가슴 아리는 일인가.
하지만 "살아가는 일에 대한 절망없이는 살아가는 데 대한 사랑 또한 없다"라고
<이방인>의 작가 알베르트 카뮈는 말한다.

 

 고재종시인의 오늘의 시- 조지 고든 바이런 < 그대 우는 것을 보았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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